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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극지 정책과 현황: 산타의 나라 핀란드, 북극을 향하다

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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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호수의 나라, 그리고 그 사이로 펼쳐진 아름다원 설원에 산타가 사는 나라인 핀란드가 북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해의 얼음 두께와 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2030년 이내에 연중 북극항로 상용화 시대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비록 북극해에 직접 접해 있지는 않으나, 국토의 1/3이 북극 한계선(Arctic Circle)에 속해 있는 핀란드는 향후 북극항로의 최대 수혜를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극해 운항 선박(쇄빙선) 건조 및 관련 장비 조달, 친환경산업 및 신재생에너지(클린텍),ICT 등에 큰 강점을 갖고 있는 핀란드로서는 다가오는 북극항로 상용화 시대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북극전략 (New Arctic Strategy)

핀란드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 총리 주재 각료회의를 통해‘신북극전략(New Arctic Strategy)’을 의결한 바 있으며, 이는 현재 핀란드 북극정책 추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총리실주도로 정부부처 차관급회의 및 산하 워킹그룹의 논의를 거쳐 수립된 이 전략은, 북극이 야기하는 환경상의 제약과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가능한 방식(Sustainable Manner)으로조화를 이루게 하고, 이를 위해 국제적 협력을 중시하는 적극적인 북극 국가로서의 핀란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동 전략은 △북극 관련 신규 비즈니스 발굴 △북극지역 환경 보호 강화 △북극지역 안전성 추구 △북극 국제협력 강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며, 핀란드가 북극국가(Arctic Country)로서 축적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북극 전문성(Arctic Expertise)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북극 이슈 관련 핀란드의 위상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핀란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조선해양(쇄빙선 건조), 클린텍 등 친환경 산업, ICT 등의 첨단산업 관련 전문성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북극 개발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핀란드는 쇄빙선 건조 및 클린텍 분야에 있어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바, 이를 핀란드 기업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또한, 상기 전략 추진에 있어 북극 생태계 및 자연환경 보호, ‘사미족(Sami)’ 원주민 보호 및 전통 유지 등의 지속가능한 정책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개발과 보존의 균형적 추구를 도모하고 있다.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는 북극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정부 간 기구로서, 북극 환경 보호, 생물다양성 유지, 북극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추구, 북극 주변 원주민의 복지·전통 보호를 목적으로 1996년 9월 설립되었다. 8개의 정회원

국(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과 12개 정식 옵서버국(네덜란드, 이탈리아, 한국, 일본, 영국, 인도,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중국, 폴란드, 프랑스), 2개의 임시 옵서버국(EU, 터키), 그리고 상시참여자(이누이트족, 사미족, 시베리아족 등 북극 주변 소수민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극이사회의 최고 의결 기구인 ‘각료회의’는 매 2년 마다 개최되며, 지난 2013년 5월에는 스웨덴 키루나에서 개최되었고, 동 회의에서 한국이 정식 옵서버국으로 선출된 바 있다.

북극이사회 정회원국인 핀란드는 북극이사회의 설립을 주도한 국가이다. 1991년 6월 북극지역 환경보호문제 논의를 위해 핀란드가 여타 회원국을 로바니에미 시(市)에 초청하여 ‘로바니에미 프로세스’ 회의를 개최한 것이 북극이사회 설립의 단초가 되었다. 핀란드는 북극이사회 설립의 기여도가 큰 만큼, 북극 이슈에 있어 북극이사회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중요하게 인식하며, 이에 북극이사회 내 산하 6개의 작업반 (Working Group)에 모두 참여중이다.

핀란드는 북극이 지역적으로 국한(Regional Arctic)되지않고 글로벌화(Global Arctic) 되는 것을 지향하며, 북극이사회에 가급적 많은 주체(옵서버 등)들의 참석을 독려한다. 이는 핀란드가 북극해에 직접적으로 접하고 있지 않으며(비연안국), 북극이사회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소국이라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핀란드는 2013년 5월 우리의 정식 옵서버국 진출을 적극 지지한 바 있으며, 옵서버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인 바, 북극이사회 내 우리 입지 강화를 위해 한-핀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하겠다.

사미족(Sami)

사미족은 스칸디나비아 북부(노르웨이, 스웨덴)에서 핀란드 북부, 러시아에 걸쳐서 거주하는 약 10만 명의 원주민을 일 컫는다. 예전에는 순록 방목과 목축을 주로 하며 생계를 이어왔으나 최근에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사미족은 EU 지역 내 유일한 원주민이다.

핀란드에는 약 1만 명의 사미족이 거주하고 있다. 최북단 주인 라플란드주의 우쯔요키(Utsjoki), 이나리(Inari), 에논테키외(Enonteki?) 지역이 사미지역(Sami Area)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 정부의 소수민족 보호 정책에 따라, 사미족은 1996년부터 자치정부와 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언어인 사미어의 사용과 교육에 대한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일반 핀란드 국민들과 동일하게 총선 및 대선에도 참여한다. 사미족들은 자신들의 거주지역에 대한 자원개발탐사,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등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며, 이럴 경우 핀란드 국내법적으로 정부가 사미족과 협의를 거쳐 진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라플란드주(Lapland)

라플란드주는 핀란드와 EU지역의 최북단주이다. 핀란드 국토의 약 1/3(100만㎢)을 차지하며 주도는 산타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 시이다. 향후 북극항로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 될 경우, 라플란드주는 교통/물류측면에서 북극항로의 물류 중심기지이자 북극해로 나아가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최적지로서 각광받고 있다. 동 차원에서 최근 핀란드 북부에서 내륙을 이어주는 북극권 철도 개발을 통해 북극항로와 유럽 간의 최단 물류 노선 건설 또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자원측면에서도 라플란드주는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존상태가 우수한 다양한 광물자원(금, 철광, 니켈, 아연 등)이 매장되어 있어 이에 대한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북극자원의 90%가 매장되어 있는 러시아에서는 핀란드의 우수한 기술을 활용한 자원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라플란드주는 북극 연구의 세계적인 중심지이다. 라플란드대학은 북극 특화 대학으로서 북극 연구 관련 최고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대학 산하에는 북극연구소(Arctic Center)가 설치되어 있다. 북극연구소는 북극 관련 사회과학(법률, 원주민 연구 등)과 자연과학(환경보존, 에너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고 매년 북극 관련 국제적인 포럼도 꾸준하게 개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라플란드주는 향후 북극항로 시대가 개막될 경우, 북극권 교통/물류, 에너지/자원, 학술/연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기에 우리는 이 지역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노우하우(Snow-How)

핀란드는 북극 관련 높은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일명 스노우하우(Snow-How)라 부른다. 특히, 극한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열효율, 타이어 등)과 더불어 쇄빙선 건조 기술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운항중인 쇄빙선의 약 60%가 핀란드에서 건조되었으며, 핀란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약 1,500대의 쇄빙선을 러시아측에 인도한 바 있다.

아크테크 헬싱키 조선소(Arctech Helsinki Shipyard)는 북극해양 기술 관련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쇄빙선 건조로 특화된 기업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 기업인 STX가 러시아의 국영조선사인 USC(United Shipbuilding Corporation)와 50:50의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지분을 USC측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회사이기도 하다.

쇄빙선은 컨테이너선 대비 규모는 작지만, 순익 측면에서는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 대표적인 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일례로, 아크테크 헬싱키 조선소에서 2013년에 러시아 측에 인도한 다목적 쇄빙선 ‘Aleksey Chirikov호’의 대당 가격은 약 2억불(한화 2천2백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쇄빙선 건조 산업은 북극항로 개척과 맞물려 조선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들이 녹으면서, 러시아 북쪽과 북대서양, 북태평양을 잇는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여 유럽에서 부산까지 운항할 경우 거리는 약 2만2천Km이며, 운항일수 또한 약24일 소요되나,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거리는 1만3천Km, 운항일수는 열흘 줄어든 14일만 소요된다니 매우 획기적이라 할 수 있겠다. 2030년 내에 연중 운항이 가능한 상용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극권 국가, 특히 러시아가 쇄빙선 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핀란드 또한 쇄빙선 수주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유망한 쇄빙선 건조 산업에 얼마 전까지 우리 기업 STX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으나, 최근 모기업의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관련 지분을 매각하게 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핀 북극협력 전망

한-핀 북극협력의 전망은 매우 밝다. 지난 2013년 10월 정홍원 국무총리 핀란드 방문 시, 총리회담에서 북극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어 양국 간 북극 항행 및 조선 분야에 있어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최근 11월 알렉산더 스툽 총리의 한국 방문 시, 박근혜 대통령 접견 및 총리

회담 시에도 양국 간 북극협력 강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특히, 양국 간 ‘한-핀 해운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어 한-핀 간 향후 해운협력회의, 전문가 교류를 통해 북극항로 운항, 해사 안전, 녹색 해운 등과 관련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핀란드는 뛰어난 쇄빙선 건조 기술과 더불어 풍부한 북극해 운항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바, 쇄빙선 건조에 있어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핀란드와 세계 제1위 조선국인 우리나라가 관련 분야에서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13년 10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핀란드 지질조사소 간 양해각서(MOU)도 체결되어 있어 향후 에너지/자원 측면에서 양국 간 북극권 자원탐사 협력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양해각서는 양국 간 에너지자원 협력 활성화 및 기술교류 증진을 위한 자원 개발 관련 전문가 교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추진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과 핀란드는 서로를 북극협력을 위한 중요 파트너로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협력을 위한 여러 가지 기반도 상당히 구축되었다. 남은 것은 우리의 도전이다. 필자는 오늘도 눈 내리는 헬싱키의 사무실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나침반을 ‘N’으로 설정하고, 극지를 향해 도전할 패기 있고 열정 있는 한국인들의 도전을 기다리며…….

기사 원문: 
<한국 극지 연구 진흥회, "미래를 여는 극지인" 2014 가을 + 겨울호, NO. 16> 

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