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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빠른 북극곰

이유경 (극지연구소)

동물의 왕국에서 북극곰은 다른 동물에 비해 최근에 우리에게 알려졌다. 갓 태어난 북극곰 새끼의 몸무게는 450 그램 정도로 사람의 갓난아기보다도 작다. 하지만 다 자란 북극곰의 몸무게는 암컷이 160~340 킬로그램, 수컷은 250~770 킬로그램이나 나간다. 코끝에서 꼬리 끝까지 길이는 1.7~2.5 미터 정도이고, 아주 몸집이 큰 수컷은 일어섰을 때 키가 거의 3~4 미터까지 나가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곰은 몸이 뚱뚱하고 둔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오죽하면 ‘미련 곰퉁이’라는 말이 다 있을까!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곰은 아주 민첩하다. 걸어 다닐 때는 보통 한 시간에 5.6 킬로미터를 가는데 이것은 사람의 평균 걷는 속도 시속 5.0 킬로미터보다 빠르다. 달리기는 사람보다 훨씬 빨라서 시속 30 킬로미터의 속도로 100 미터를 12초에 달리는 셈이다.

 

북극곰의 학명은 Ursus maritimus로 종 이름 maritimus에서 보는 것처럼 바다와 친한 동물이다. 겨울철 북극해가 얼면 해빙 위를 돌아다니며 반달무늬물범과 그 새끼를 잡아 먹는다. 사냥을 위해 헤엄도 잘 친다. 북극곰은 끈기 있는 수영 선수여서, 어떤 북극곰은 추운 베링해를 9일 동안 수영하여 거의 690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했다. 봄이 되면 엄청나게 먹어대다가 여름철 해빙이 녹으면 북극곰은 툰드라 내륙으로 들어가 체내지방으로 버티며 여름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다른 곰들이 먹이가 없는 겨울철 겨울잠을 자며 체내지방으로 버티는 것과 정반대이다. 다만 임신을 한 암컷의 경우는 겨울에 굴속에 들어가 잠을 자는데 일반 곰들처럼 체온이 변하는 겨울잠이라기보다는 가끔 잠에서 깨어 날 수 있는 얕은 잠을 잔다.

 

북극곰은 어떻게 영하의 찬바람 속에서도 체온을 유지할까? 두터운 지방이 단열재처럼 바깥의 찬 기온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은색으로 된 가죽과 투명한 두 겹의 털이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흡수해서 체온을 보태준다. 투명한 수증기로 이루어진 하늘의 구름이 하얗게 보이는 것처럼, 북극곰도 투명한 보호털에 햇빛이 반사되어 아이보리색을 띈다. 북극곰은 단열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사진에 얼굴과 발만 잡히고 몸통은 잘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자외선 사진을 찍으면 보호털들이 햇빛의 짧은 파장 에너지를 흡수하여 북극곰은 검은색으로 보인다.

 

간혹 녹색 북극곰이 뉴스에 나오는데, 이것은 동물원 수영장에 사는 녹조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에서는 북극곰 털에서 미세조류가 자라지 않는데 유독 동물원 북극곰에서는 조류가 자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동물원에서는 물이 고여 있고 북극보다 온도가 높아 녹조류가 자란 것 같다. 이뿐 아니라 동물원에 갇힌 북극곰은 이상 행동을 하거나 뇌질환을 앓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기도 한다. 그러자 유럽에서는 북극곰 사육과 전시를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활한 북극 해빙을 터전삼아 살던 북극곰에게 동물원의 좁은 우리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 아닐는지.

 

< 출처 -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 >

이유경 (극지연구소)

이유경 박사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북극다산과학기지와 알래스카, 그린란드를 오가며 연구하고 있고, 현재 국제북극과학위원회 실행위원과 국제영구동토층협회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