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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과 순록이끼

이유경 (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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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은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 사슴으로 잘 알려져 있다. 툰드라 순록은 계절에 따라 이동한다. 특히 황무지순록은 타이가 부근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겨울철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순록이 여름철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포식자인 늑대를 피하는 행동인 것 같다. 이들은 여름철 툰드라 풀밭에서 새끼를 낳고 수만~수백만 마리의 무리가 월동 준비를 위해 천천히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때 이들은 점점 더 작은 무리로 나뉘어져서 마치 강물이 여러 갈래로 흘러 내리 듯 흩어진다. 순록은 꽤 노련한 수영 선수이기도 해서 오가는 길에 넓은 강이나 호수를 만나도 주저 없이 건넌다.

 

순록은 겨울에 지의류를 먹고 산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 더 이상 먹을거리가 보이지 않을 때 순록은 하얗게 덮인 눈을 파고 땅위의 지의류를 찾아낸다. 순록은 사슴지의속(屬)과 나무지의속에 속하는 지의류를 먹고 산다. 그냥 사슴지의와 나무지의를 먹고 산다고 하면 쉬울 텐데 굳이 ‘속하는 지의류’라고 쓴 것은, 사슴지의속에 거의 200개에 달하는 종(種)과 나무지의속에 50개가 넘는 종이 있는데 그중의 일부만 먹기 때문이다. 순록이 먹는 지의류 중에서 유사짚사슴지의(Cladonia mitis)와 사슴지의(Cladonia rangiferina)를 사람들은 ‘순록이끼(reindeer moss)’라고 불러 왔다. 이들은 지의류이므로 ‘순록이끼’는 당연히 잘못된 이름이다. 마치 버섯을 두고 감자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순록이끼가 잘못된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최근에는 순록지의류(reindeer lichen)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그림 2-10).

 

물론 순록이 지의류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키가 작은 버드나무류와 자작나무류, 그리고 사초와 잔디 종류의 풀을 먹고 산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사는 순록의 배설물에서 DNA를 추출하여 순록이 먹는 먹이를 조사한 결과, 지의류(나무지의속과 사마귀지의속) 이외에도 북극콩버들과 자주범의귀와 같은 식물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로 인하여 겨울철 온도가 높아지면서 눈의 표면이 살짝 녹았다가 다시 얼거나 비가 온 뒤 눈이 다시 얼면서 순록이 지의류를 찾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편 알래스카에서는 순록의 먹이가 되는 지의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의류가 줄어들면 순록은 더욱 고달프고 배고픈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지의류를 대신할 먹이가 자라지 않는다면 지의류와 함께 순록도 감소할지 모른다. 


< 출처 -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 >

이유경 (극지연구소)

이유경 박사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북극다산과학기지와 알래스카, 그린란드를 오가며 연구하고 있고, 현재 국제북극과학위원회 실행위원과 국제영구동토층협회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