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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에도 꽃은 핀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북극’이라고 하면 흔히들 차가운 북극 바다와 거대한 빙산을 떠올린다. 그래서 그런지 툰드라 식물을 이야기 하면 무척 생소하게 여긴다. 물론 북극해는 대부분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그린란드처럼 빙하에 덮여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북극의 육지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물이 살아간다.

 

북극 툰드라에는 약 3,000 종(種) 이상의 식물이 살고 있다. 지구상에 사는 식물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 식물이 북극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북극 툰드라에서 살고 있는 식물 중에는 북극이나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식물도 있지만 온대지역까지 널리 자라는 식물도 있다. 어떤 툰드라 식물은 우리나라 고산지대에서도 자라고 있다.

 

북극은 태양 에너지가 적게 들어오고, 춥고 건조해서 식물이 자라기에 불리한 환경이다. 따라서 툰드라 식물은 북극의 혹독한 겨울과 짧은 여름 백야에 잘 적응되어 있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민담자리꽃나무나 뿌리두메양귀비와 같은 툰드라 식물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따라 꽃이 움직인다. 태양 에너지를 모아 꽃에 최대한 열을 많이 전달하여 씨앗을 더 만들게 하는 것이다. 툰드라 식물 표면에는 반투명한 털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털은 식물체를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툰드라의 많은 식물은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자란다. 여름철 지표면의 따뜻한 온도를 활용하고, 겨울철 강한 바람으로 인한 건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툰드라 식물은 키가 작아서 겨울에 눈으로 덮여 추위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툰드라라는 말이 나무가 없는 벌판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북극 툰드라에 아예 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소나무처럼 키가 큰 나무는 없지만, 툰드라에도 언뜻 보면 풀 같지만 자세히 보면 키가 작은 나무인 관목이 살고 있다.

 

담자리꽃나무도 툰드라에 사는 나무인데, 민담자리꽃나무의 경우 질소고정 박테리아가 뿌리에 공생하기도 한다. 북극담자리꽃나무(Dryas octopetala)는 북반구 여러 지역에서 빙하기 시대 화석이 발견되어서 빙하기를 이 식물의 이름을 따서 드라이아스(Dryas)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툰드라의 나무는 줄기가 가늘고 거의 땅 바닥에 붙을 정도로 키가 작아서 언뜻 보기에는 나무가 아니라 풀처럼 보인다. 서로 연결되어 둥근 방석처럼 모여 자란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숲에 들어가면 나무그늘 아래로 걷게 되는데, 툰드라에서는 나무 위를 겅중겅중 넘어가게 된다. 마치 소인국에 온 걸리버처럼.


< 출처 -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 >

이유경 (극지연구소)

이유경 박사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북극다산과학기지와 알래스카, 그린란드를 오가며 연구하고 있고, 현재 국제북극과학위원회 실행위원과 국제영구동토층협회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