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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의 먹이 그물

이유경 (극지연구소)

툰드라 지역은 생물이 자랄 수 있는 생장기간이 매우 짧다. 여름도 추운데다가 생장기간이 짧다 보니 생물의 일차 생산력(primary productivity)이 낮고, 생산력이 낮다 보니 생물의 크기나 무게를 반영하는 생물량도 적다. 게다가 툰드라에서는 환경의 변화도 극단적이다. 땅 표면에서 여름 최고 온도와 겨울 최저 온도의 차이가 80도나 되고, 봄에서 가을까지 낮의 길이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이런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툰드라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살아가는 생물의 종류가 적다. 툰드라에 사는 생물이 많지 않은 것은, 이 지역이 춥고 건조하며 변화가 심한 극한 환경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기본이 되는 태양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툰드라에 살고 있는 생물의 종류가 얼마 되지 않다보니, 툰드라의 먹이 그물은 단순하다. 식물은 생산자로서 먹이 그물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영양단계를 담당하며 생활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관목이 없는 지역에는 여기에 깃들어 살아가는 새와 곤충도 살지 않는다.

 

툰드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위도가 높아질수록 식생이 단순해지고 식물의 생산성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 동물의 종류도 줄어들고, 따라서 먹이 그물도 단순해진다. 먹이 그물은 일반적으로 일차 생산자인 식물과 초식동물, 포식자로 구성된다. 먹이 그물은 각 영양 단계에서 생물 간의 관계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초식동물은 식생을 조절하고, 포식자는 몸집이 작은 초식동물과 땅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새의 개체군을 조절한다.

 

툰드라 육상생태계는 해양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북극 바다에 떠 있는 얼음 조각들은 결코 깨끗하지 않다. 특히 해빙의 아래쪽에 규조류를 비롯한 미세조류가 있어 연한 갈색이나 연두색을 띤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라고 불리는 이 미세조류들은 동물성 플랑크톤과 크릴새우의 먹이가 된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다시 대구의 먹이가 되고 대구는 고리무늬물범의 먹이가 되고 고리무늬물범은 다시 북극곰의 먹이가 된다.

 

먹이 그물 위의 생물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캐나다 뱅크스 섬과 빅토리아 섬 사이에 있는 아문센 만에서 1974년과 1985년 북극곰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과학자들이 북극곰만 연구할 때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으나, 북극곰의 먹이인 고리무늬물범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았다. 1973년과 1984년 겨울 이 지역에 눈이 적게 내렸다. 눈을 파서 굴을 만들 수 없었던 고리무늬물범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고 결국 먹이를 잃은 북극곰은 숫자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먹이 그물에서 미생물은 생태계 기능면에서 매우 중요한데도 다른 북극의 생물에 비하여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토양 미생물의 생물량은 동물의 생물량을 능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툰드라 생태계를 구성하는 미생물의 생물다양성과 변화 경향을 알기 위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 출처 -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툰드라 이야기 >

이유경 (극지연구소)

이유경 박사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북극다산과학기지와 알래스카, 그린란드를 오가며 연구하고 있고, 현재 국제북극과학위원회 실행위원과 국제영구동토층협회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